지금 우리 부부와 아들은 프랑스 리웅에서 여행 중에 있다. 해외에 나와 있으면 가끔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음식의 맛도 그립지만,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에 대한 그리움까지. 함께 그리워하는 것 같다.
음식은 날씨의 변화와 함께 음식 선택의 호불호가 갈린다. 겨울철에는 얼큰한 탕 종류, 여름철에는 시원한 냉면처럼 계절마다 먹고 싶은 음식이 몸살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해외 여행 중에서도 되도록이면 현지 음식을 여행 중에 포함시켜 간다. 여행이 장기화되면 한국 특유의 음식이 그리워진다.
오늘은 프랑스 리웅에서 맛집 정보를 얻어냈다. 물론 현지 식당을 감안하여 메뉴의 선택보다는 맛집을 원칙으로 했다. 리뷰도 상당히 많았다. 식당은 테이블이 열 개 미만으로, 아주 작고 아담한 공간이었다. 점심시간 이후라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주인인 듯한 분이 메뉴판을 가지고 왔다. 중국인 이민자일 듯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순간, 오픈되어 있는 주방으로 흘끗 눈길을 주게 되었다. 주방에는 전부 프랑스인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주인을 보는 순간, 혹시 중국 음식 식당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을 보고 다시 한번 눈을 의식했다. '육회'라는 문구에 솔깃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기한 그 자체가 흥분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고향 친구를 만난 기분 정도가 아마도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사실, 육회가 한국 전통 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일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이를테면 한국 음식인 불고기처럼, 육회도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육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일단 육회와 식당에서 엄선한 다른 음식 몇 가지를 주문했다. 주문한 육회가 나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육회 위에 계란 노른자가 올려져 있었다. 한국에서 먹는 육회와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조금 달랐다. 유럽 여행 중 대부분 전통 음식을 먹어왔고, 밥심으로 어느 정도 채워져야 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여행 도중 결국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게 된다. 물론 현지에는 빵이나 육류 종류도 있지만, 빵을 주로 주식으로 하는 유럽에서 육회가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 육회가 맞았다. 다만, 한국에서 먹던 육회와는 차이가 있었다.
육회를 자세히 살펴보니 두 가지 소스가 있었다. 올리브와 양파를 썰어 놓은 것과 또 다른 이름 모를 소스가 얹혀 있었다. 그리고 상추와 토마토로 조화를 이룬 샐러드가 육회 세트 메뉴에 포함되어 있었다. 맛이 어떨지 모르지만,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고, 데코레이션에서 점수를 주고 싶었다.
육회를 젓가락이 아닌 포크로 맛보았다. 한국의 육회와는 현저하게 차이가 있었다. 참기름, 설탕, 진간장 등으로 버무린 한국 육회의 맛은 아니었다. 단지 접시에 육회와 계란 노른자가 올라 있다는 사실에서 한국 육회의 맛을 떠올렸던 생각에 오류가 있었다. 물론 육회에 사용되는 고기 부위도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디테일까지는 공유할 수 없었다. 나중에 육회에 관한 정보를 얻어 보니, 육회를 먹는 나라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만, 그들 나라에서는 양념의 차이를 두고 있었다. 육회는 말 그대로 생고기를 의미하는데, 육회를 보는 순간 왠지 된장국이나 순두부 같은 우리의 전통 음식이 떠오른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가끔 해외 생활을 하면서 육회가 그리울 때가 많았다. 이번에 낯선 프랑스에서 오랜만에 육회를 만났다. 육회의 맛은 차이가 있었지만, 해외 여행 중에 육회를 먹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오늘 식당을 잘 선택해 준 아들의 지혜 덕분에 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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