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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텃밭이야기,주말 텃밭에서 만난 한국의 정 매일 걷던 호수공원 대신 오늘은 산책 코스를 바꿔보았다. 집에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광활한 늪지공원으로 행선지를 정하고 길을 나섰다. 여름철엔 그늘이 없어 뙤약볕이 내리쬐는 곳이지만, 오늘처럼 흐리고 선선한 날씨는 이곳을 걷기에 더없이 완벽하다. 넓은 수로와 늪지가 어우러진 이곳은 원래 원주민의 터전이었던 까닭에, 몇 년 전 원주민 언어를 함께 표기하는 명칭으로 공원 이름이 바뀐 곳이기도 하다.공원 입구 주차장 건너편으로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넓은 주말 텃밭이 펼쳐져 있다. 가끔 이곳으로 산책을 나올 때마다 텃밭 안에 들어가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혹여 농사짓는 분들에게 민폐가 될까 싶어 늘 겉으로만 가볍게 살펴보고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모처럼 텃밭 입구 안내판을 유심.. 2026. 10. 4.
앞다리 하나 잃은 강아지, 두 바퀴 보조 수레를 끌고 숲길을 걷다 산책길을 나서면 반려견과 함께 걸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사람의 걸음보다 반려견의 기분에 보폭을 맞추는 애견가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강아지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속도를 줄이고, 풀 냄새를 맡을 때면 가만히 서서 기다려 주는 온기 어린 풍경이다.어제는 캐나다의 한 호수공원 산책로를 거닐던 중, 가슴 뭉클한 광경을 목격했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한 반려견의 걸음걸이가 어딘가 유난히 어색하고 느렸는데, 자세히 보니 강아지 몸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장비 같은 것이 부착되어 있었다. 점차 가까이 다가왔을 때야 비로소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앞다리 하나가 없는 강아지였다. 강아지는 자신의 몸에 맞추어 제작된 두 바퀴 수레 형태의 보조 장비를 착용하고, 그 수레를 몸 전체로 이끌고.. 2026. 10. 4.
건망증 막으려 거머쥔 화투, 방금 승패도 까먹는다 요즘은 스스로도 깜짝 놀라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건망증이 심각하다. 예전에는 잠시 기억하지 못하는 것쯤은 "아이고, 또 깜빡했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지만, 요즘은 방금 전 일조차 새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잃어가는 기억을 조금이라도 잡아보고자 아내와 마주 앉아 화투를 치기 시작했다. 흔히 화투라고 하면 도박이나 사행성 게임이라는 안 좋은 선입견이 먼저 떠오르기 십상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겪는 건망증 앞에서는 그저 사치스러운 편견일 뿐이다.우리 부부에게 화투는 단순한 놀이라기보다, 스러져가는 기억력을 다시 소생시켜 주는 고마운 뇌 운동 도구가 되었다. 그래서 식탁 한쪽에 화투와 깔판 대용으로 쓸 넓은 비치타월을 늘 올려두었다. 언제든 자연스럽게 손이 닿아 타월을 펼치고 판을 벌일 .. 2026. 10. 4.
아침 식탁에 설렘이 찾아왔다 아침 7시쯤이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노릇하게 구운 빵으로 식사를 한다. 시간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탓일까. 현직에 있을 때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눈을 떠야 했다. 단 1분을 더 자기 위해 발버둥 쳤고, 그 짧은 아침 시간의 단잠은 참 달콤하면서도 늘 아쉬웠다.지금은 정해진 시간의 억압 없이 자유롭다. 정해진 시계 알람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고, 늘 바쁘고 긴장되어야 할 아침 시간이 여유와 온기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허둥지둥 잠에서 깨어나 급하게 끼니를 때우던 과거에 비하면, 퇴직 후 지금의 아침은 쫓기던 때와 달리 그 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한 설렘마저 생겨난다.예전 현직 시절의 아침 식사는 마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의무'와도 같았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밥심'으로 일.. 2026. 10. 4.
[제목] 아내의 출근길에 정장을 꺼내 입은 까닭 오늘 아침은 아내의 출근 시간에 맞추느라 평소보다 조금 분주했다. 상의는 깔끔한 검정 니트에 오랫동안 옷장에 보관해 두었던 세미 정장 재킷을 걸치고, 하의는 청바지를 조합했다. 캐나다로 이주한 이후 정장 재킷처럼 격식 있는 옷을 걸쳐본 기억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사실 캐나다에 살기 시작하면서 특별히 정장을 갖춰 입을 일이 없었다. 한해 한해 편안한 캐주얼 복장만 입는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격식 있는 복장을 차려입으려 하면 어색함과 동시에 왠지 모를 불편함까지 느껴지곤 했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 한국에서 입었던 옷들이 오랜 시간 동안 장롱 속에서 바깥세상 구경을 하지 못한 채 많이 남아 있다.▲ 오랜만에 정장을 꺼내 입고 나선 아내의 출근길. 빌딩 숲 배경은 AI로 연출했다. 장롱에 남아 .. 2026. 10. 3.
캐나다 가을, 도서관에서 사라진 서울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ᆢ 16년 전 저자의 '현재'와 지금의 '현재' 사이에서 책을 덮다예전에는 한동안 회사에 출근하듯 매일 찾았던 캐나다 도서관을 오늘은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모처럼 들렀다. 정문을 열고 들어서자 특유의 아늑함과 낯설지 않은 서가 냄새가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준다. 한국 서적이 보관되어 있는 서고로 걸어가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 쪽 넓은 단독 소파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캐나다 도서관 창가 자리에 앉아 펼쳐 든 책 . 창밖의 이국적인 풍경과 한글 책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준다.명절이면 고국은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과 안부를 나누는 온기로 한창 북적거린다. 그런 명절날이면 한국에 있었다면 가족들과 도로 위에 있거나 오랜만에 만난 이들.. 2026.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