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첫걸음, 밴쿠버에서 로마, 그리고 베네치아까지

 “로마로 향하는 여정, 새벽부터 시작된 36시간의 기록”

 
이른 새벽, 밴쿠버 집에서 예약해 둔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아침 5시, 도시의 거리는 고요했지만, 내 마음은 여행의 설렘으로 분주했다. 30분 만에 도착한 밴쿠버 국제공항. 출국 수속을 마치고 팀홀튼에서 도넛과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며 이탈리아로 향하는 여정을 떠올렸다. 오늘 비행은 직항이 아니어서, 먼저 토론토로 이동한 후 로마로 가야 했다.
 

밴쿠버에서 토론토로, 하늘길의 첫 구간

 
밴쿠버를 떠난 비행기는 동쪽을 향해 4시간 반 동안 날았다. 창밖으로 펼쳐진 광활한 캐나다의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을 잊으려 했지만, 국내선의 간소한 서비스가 아쉬웠다. 음료 서비스는 단 두 번뿐, 식사는 제공되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문신과 코걸이를 한 젊은 세대로, 캐나다만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줬다. 한국 항공사의 단정한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 이런 점에서도 문화적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토론토에 도착했을 때, 동쪽으로 이동하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시간 차이로 인해 현지 시간은 3시간 더 빠르게 흘렀다. 이 때문에 체감적으로 하루가 짧아진 느낌이었다. 공항의 북적이는 분위기 속에서 잠시 피로가 몰려왔지만, 타이 음식을 먹으며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 로마로 향하는 국제선은 저녁 8시 출발 예정이었지만, 30분 지연되며 우리의 여정은 더 길어졌다.

타이 음식(치킨.후라이드 쌀 국수)

토론토에서 로마로, 대서양을 건너다

드디어 로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에는 젊은 승무원 대신 중장년층의 이탈리아 승무원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들의 차분한 태도와 미소는 피로를 잠시 잊게 했다. 기내식으로 제공된 파스타와 치킨 요리는 예상보다 훌륭했고, 와인 한 잔이 긴 비행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8시간 반 동안의 대서양 횡단 비행 끝에 로마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신선한 공기가 가슴을 채우며 새로운 모험의 시작을 알렸다.

공항과 연결된 기차역 통로

로마 공항에서 베네치아로, 긴 기다림의 시작

 
공항에서 테르미니역까지는 기차로 30분 거리였다. 테르미니역은 유럽 최대 규모의 철도역 중 하나로, 이곳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기차를 타야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기차표를 사전에 예약하지 않아, 우리가 원했던 시간대의 기차표는 매진이었다. 가장 빠른 기차는 오후 3시 55분에 출발하는 열차였고, 우리는 4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테르미니역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더욱 길게 느껴졌다. 화장실 이용조차 1유로를 내야 하는 점은 이탈리아에서의 첫 문화 충격이었다. 비싼 기차 요금도 놀라웠다. 두 사람의 편도 요금이 180유로, 한화로 약 25만 원에 달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행 기차

베네치아에서의 첫날밤, 비 내리는 겨울밤

 
기차는 오후 3시 55분에 출발했고, 저녁 7시 25분에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에 도착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베네치아는 비 내리는 어둠 속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역에서 불과 2분 거리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했을 때,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호텔은 전망은 없었지만, 초행길에 헤매지 않도록 아들이 세심하게 예약해 둔 곳이었다.
 
짐을 푼 뒤 우리는 간단히 밤거리를 걸었다.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고, 몇몇 식당만이 영업 중이었다. 근처 마트에서 음식을 사 들고 호텔로 돌아왔다. 겨울밤의 조용한 베네치아는 오랜 여정 끝에 안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첫날 여정을 마치며

 
밴쿠버에서 시작된 36시간의 여정은 고단했지만, 그 안에는 설렘과 긴장, 그리고 새로운 경험들이 가득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앞으로의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내일은 베네치아의 아침 햇살을 맞이하며, 또 다른 모험을 준비할 시간이다.

이글은 12일간의 이탈리아.프랑스.스위스의 여정을 담은 연재글입니다.계속 여행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