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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생활 정보

밴쿠버 10월의 어느날

by 동그란 마음 2024.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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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10월의 어느 날

10월이라는 계절은 늘 아쉽기만 하다. 가을이다 싶으면 겨울인 계절의 빠른 흐름도 있지만, 가을이라는 날씨가 사람들의 감성을 울리기 때문이다. 왠지, 목적 없이 문밖을 나서고 싶은 욕구가  증폭되어 가는 오후를 가지고 간다. 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문밖에서 고독을 찾아가는 나그네를 자처하고 싶은 생각의 바람인지도 모른다.

집 문밖을 나서면 오랜 세월을 지켜온 나무가 또 다른 올해의 가을을 선사한다. 흔히 퇴색되어 있는 활엽수가 아닌 침엽수이기 때문에 어쩜 다행일지도 모른다. 잎새는 푸른데 잎새에 움츠리고 있던 퇴색된 솔잎이 땅 밑에서 만추의 풍경을 선사했다. 우리 부부는 항상 이 길을 따라 공원 산책길을 걷는다.

또 다른 진입로에는 벌써 낙엽의 절규가 끝나버린 상태이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해 길거리에 떨어진 낙엽은 비물에 무게에 짓눌려 힘겨워했다. 가을 낙엽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단순한 낙엽이기보다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이끌어냈고 또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야기가 넘쳐났다. 때론 이별을 암시했고, 때론 만남을 암시하는 이별과 희망의 교차로에서 웃고 울고 했다.

가을이 되면 온통 기계음으로 시끄러운 시간대를 보내는 날이 많아진다. 떨어진 낙엽을 모으는 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드너들의 바쁜 행보에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길가에 나뭇가지에 열려 있는 탐스러운 사과의 결실을 보고 있다. 마지막까지 나뭇가지에 달려 사투를 벌이던 사과를 본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라는 세월을 맞이하고 있다. 세월이 화살과 같이 빨리 지나감을 뜻하는 광음 여전(光陰如箭)을 실감한다.

집에서 산책로를 걷다 보면 공원 내에 호수가 나온다. 이곳에는 강태공들이 시간을 낚고 있다. 우리 부부는 호수를 중심으로 몇 바퀴 걷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산책의 규칙처럼 되어 버렸다. 종종 강태공의 낚시하는 모습을 지켜보아 왔지만, 한 번도 대어를 끌어올린 관경을 목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강태공들은 제법 낚시를 하기 위한 준비를 많이 한 듯 장화까지 챙겨 신고 물속 발을 담그고 고기를 낚기 위한 강한 진념이 의지가 엿보인다. 이 작은 호수에 과연 물고기가 살까, 처음 호수를 접할 때는 의심스러움으로 호수를 지켜보았다. 주기적으로 정부에서 많은 물고기를 방류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고 온 어항 바구니에는 가두어 놓은 고기를 볼 수가 없었다.

밴취에는 연인들이 가을을 품고 있다. 가을이 아니어도, 호수가 아니어도, 때와 장소 구분 없이 둘이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는 연인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까, 더더구나 호수가 배경이 되고 가을이 환호해 주는 때와 장소는 연인들에게는 더 이상 또 다른 아름다운 곳이 없을 것이다. 이 호수를 보면서 서울 잠실에 있는 석촌호수를 생각해 냈다. 아내와 연애시절 지금 밴취에 앉아 있는 연인들의 마음과 같았던 지나간 시절을 회상해 본다.

또 비가 올 듯 구름의 색깔이 예사롭지 않다. 호수를 빠져나오면서 빗 방울이 한두 방울을 떨어지면서 비가 내릴 것을 암시한다. 오후의 시간을 내어 잠시 걸어본 산책길은 오늘은 또 다른 느낌을 가지고 걸었다. 항상 어딜 걷든, 어딜 가든, 새로운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비단 가을이 아닌 계절일지라도 우리 삶에 항상 가을 같은 계절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