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뱃살이 없던 젊은 시절에는 아무 옷이나 입어도 맵시는 물론 시장에서 사 입은 옷도 메이커로 둔갑했다
몇 년 전에 한번 나온 뱃살이 들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떤 옷을 입어도 무엇인가 부족한듯한 느낌이 든다. 옛날에는 시장옷도 메이커 이상의 감각으로 소화해 갔었다, 일종에 옷걸이가 괜찮다는 주변의 평을 받았던 것이다. 요즘은 뱃살로 인해 전체적인 옷맵시 균형이 깨져가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온 느낌이다.
오늘부터 뱃살 빼기 프로젝트 100일을 기획했다.
요즘 밴쿠버의 날씨는 겨울 답지 않게 우기철에 들어서 있다. 매일 비가 오는 날이 정상적인 날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날씨이다. 때문에, 산책의 선택권 또한 날씨에 달려 있다. 오늘은 오후가 되면서 비가 멈추었다. 잽싸게 옷을 가볍게 갈아입고 산책길에 나섰다. 잽싸게 라는 표현이 우스꽝스러운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모처럼 비를 피해 산책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모처럼 비가 멈춘 날씨에 시간 벌기에 급급하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주로 산책 코스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되는 집 앞 숲길이다. 산책 방법을 오늘부터 평소와 다른 방법을 택했다. 평소 쉼 호흡 정도로 자극 없는 편안하고 안정된 보폭의 산책과는 달리 배에 힘을 주고 빠른 걸음으로 걷기로 했다. 처음 시도 하는 방법이라 쉽게 자세가 나오질 않았다. 배에 힘을 준다는 것이 이상하게 허리 쪽으로 힘이 이동하여 걷는 도중 허리가 아파온다.
두 번째로 기획한 뱃살 프로젝트는 거실에서 가벼운 뱃살 빼기 스트레칭 운동이다.
아내는 국민체조 운동을 고정시킨 아이패드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 뱃살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 운동으로 국민체조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체조 시작! 하나. 둘. 셋. 넷" 남자의 힘찬 구령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합창 시절 학교 내에서 수년동안 반복해 왔던 체조라 연습 과정 없이도 곧바로 쫓아 할 수가 있었다. 국민 체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패턴이 하나도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이다. 아마도, 군 제대 이후 처음으로 국민체조를 해 보는 것 같다. 그동안 기본적인 운동량도 없이 살았다는 방중일 것이다.
단순하게 맨손 체조인데 예전과는 달리 이것마저 체력 소모를 확연하게 느껴간다. 세월의 장사 없다는 이야기의 현주소가 오늘 이곳에 있을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다.
결혼 전과 결혼 후에도 줄곧 살은 아니더라도 뱃살이라도 가져보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었다.
살과 관련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항상 말랐다는 편견이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밤낮 구분 없이 음식을 섭취해도 수십 년 동안 체중의 변화는 그대로이다. 그때는 주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심각하게 음식의 양을 조절해서 먹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장모님은 사위가 살 한번 찌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이셨다. "김 서방 살 좀 찌게 마른 장작 같아서 이젠 몸에도 좀 신경 써야 하지 않겠어" 사위와 눈만 마주치면 장모님은 긴장감 있는 말을 던져 오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 후 몸이 불어 총각 때 입었던 옷 대부분을 의류 수거함으로 보낸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오십이 되어 갈 때까지도 젊었을 때 입던 옷이 별 다른 거부 반응을 하지 않았다. 흔히 나잇살이라는 것도 반영되지 않은 몸의 균형을 가지고 있었다.
오십 중반 이후, 뱃살이 장난 아니게 몸의 균형을 깨 가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살찐 부위는 없는데 결국엔 뱃살 때문에 전체 적으로 살이 쪄 보였다.
뱃살에 불편한 진실은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린다는 자만감이 이제는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리지 않는다 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사실, 이 정도 뱃살은 애교 살, 내지는 나잇살 정도로 봐줄 만 한데 , 아내는 오랫동안 뱃살 없는 남편을 보고 살아온 탓에 뱃살 적응이 쉽게 되지 못하는 눈치이다.
2024년 새해를 시작할때 좀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소망에 포함했다. 그중 하나가 뱃살과의 전쟁이다. 게으름 없이 특히, 작심삼일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에 힘을 실어 보지만, 은근히 심적인 압박이 가해온다.
삶에 충분한 만족은 없는 것 같다. 또한, 세월 속에 변해가는 것들이 많아져 갔다. 세월의 탓으로 돌리기엔 인생에 많은 시간들이 남아 있다. 나이의 중압감은 자연적으로 몸의 노화 현상을 가져왔다. 좀 더 몸의 건강 상태를 연장시키려면 최소한의 게으름 없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뱃살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은 전투적인 근성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뱃살의 고지를 탈환하는 일은 결코 쉽게 오늘내일에 주어지는 성과는 아니다. 어쩌면 외로움의 독주일수도 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게으름을 막을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늘도 뱃살과의 전쟁에 평화를 얻어내기 위해 국민 체조와 함께 새로운 하루를 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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