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MZ세대, ‘데이파티’ 열풍. "술·숙취 없이 즐기기" 정신 건강·사교 모두 챙기는 새 패러다임

파티라고 하면 흔히들 밤, 술, 음악, 춤을 떠올린다.나 역시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그 생각의 전환점에 서 있다.파티란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에 시작되고, 잔을 부딪치며 분위기가 고조되는 밤의 이벤트였다.우스갯소리로 ‘밤이슬을 맞아야 파티가 완성된다’는 말처럼 말이다.그런데 캐나다에 와서, 특히 MZ세대들의 문화를 접하며 그런 인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티’의 사전적 의미는 ‘즐거움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사교적 모임’이다.
꼭 밤이어야 할 이유도, 술이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낮 시간의 커피 모임, 독서모임, 홈파티, 심지어 반려견 산책모임도 파티가 될 수 있다.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누가 함께하느냐’이다.

처음 캐나다에서 직장을 다니던 시절, 생애 첫 송년회를 맞이했다.골프 클럽하우스를 예약했다기에, 자연스레 고민이 생겼다.‘차를 가져가야 하나, 아니면 대중교통을 타야 하나?’
고민의 이유는 당연히 술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착한 그곳에는 조용한 음악과 정갈하게 차려진 뷔페뿐, 술은 없었다.

그 순간 당황스럽기도 하고, 살짝 허탈했다.
‘이게 파티라고?’
한국이었다면 지금쯤 소주잔이 몇 번쯤 돌았을 것이다.그날 나는 알게 됐다. 이곳의 파티는 다르다는 것을.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모처럼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한국에서 회식은 늘 저녁 늦게 시작했고, 2차, 3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술을 마시지 않는 동료는 운전이나 뒤처리를 맡기 일쑤였고, 상사의 대리운전까지 도맡기도 했다.그건 파티가 아니라, ‘업무의 연장’에 가까웠다.누군가는 즐기고, 누군가는 희생하는 구조였다.

게다가 술 없이 노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도 있었다.맹정신에 마이크를 잡는 건 떨리는 일이었고, 박자의 흐름도 엉성했다.취중에는 자신감이 붙고 박자도 척척 맞는 듯했다. 그런 이유로도 술은 필요했다.

그에 반해 캐나다의 젊은 세대들은 ‘낮’을 선택한다.주말 오후, 날씨 좋은 공원이나 커뮤니티 센터, 혹은 집 거실에서 가볍게 모인다.무알콜 음료에 간단한 간식.
중심은 음식도, 술도 아닌 ‘사람과 시간’ 그 자체다.어쩌면 팬데믹 이후 경제적인 고려 속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문화일지도 모른다.

공원 잔디밭에 둘러앉은 젊은이들의 낮 파티 풍경.

오늘도 도서관에 들렀다.밴쿠버는 비가 자주 오는 도시지만, 이상하게 오늘의 비는 반가웠다.그동안 뜸했던 비가 오랜만에 내린 ‘단비’였기 때문이다. 모임도 그렇다.가끔 필요할 때도 있고, 자주해야 할 때도 있다.커뮤니티 센터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둥그렇게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모임이 끝나면 각자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간다. 식사도, 뒤풀이도 없다.예전 같으면 어색했겠지만, 이제는 이런 장면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

커뮤니티 센터에서 커피를 나누며 담소하는 사람들 모습.

작년 초, 아들은 한국에서 야외 정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오후 4시,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진행된 결혼식은 조용하고 단정했다.하객들은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각자 돌아갔다.결혼의 의미는, 꼭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떠들어야만 완성되는 게 아니었다.물론 밤이 되자 친구들끼리의 피로연은 이어졌지만, 본식의 차분한 분위기가 더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술로 많은 밤을 보냈다.웃고 울고, 진심을 털어놓는다고 믿었지만,술기운 속에 휘발된 기억들은 대부분 흐릿했고, 남은 건 실수와 후회였다.

낮에 여는 파티는 그래서 좋다.기억은 맑고, 말은 또렷하다. 감정은 진실되게 남고, 끝에는 피로도 숙취도 없다.이제는 술 없이도, 시끄럽지 않아도, 함께 즐기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낮의 파티, 숙취 없는 모임.처음엔 낯설었지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변화가 MZ세대만의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일상의 방식이 되길 바란다.낯선 곳에서 마주친 이런 순간들이, 이제는 내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