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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재미있는 해외 여행 이야기

작지만 거대한 역사의 국가 로, 바티칸 관광

by 동그란 마음 202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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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1일 수요일- 여행 9일 차

숙소를 떠나 파티칸 박물관 투어의 집결 장소로 향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고, 관광 가이드는 현지 교민이다.

 

집결 장소 근처에서 군밤을 굽고 있는 군밤 장수를 보게 되었고,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순간, 군밤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 줄 알았던 나에게 로마 거리에서 군밤 장수를 만난 것은 마치 한국의 풍경이 로마까지 전해진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투어 일행은 바티칸 박물관 쪽으로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오늘은 이탈리아 여행 중 하이라이트인 바티칸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침 시간에 예정되었던 바티칸 투어가 내부 행사로 인해 박물관 입장이 12시로 미뤄졌다.

 

우리는 10시 반쯤 박물관 입구 진입로에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며, 가이드로부터 박물관 내에 전시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한 시간 반 동안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12시에 바티칸 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학원을 가거나 인문학 강의를 들어도, 가끔 특별히 눈에 띄는 명강사가 있다. 이번 투어를 진행한 가이드 역시 명 가이드임에 틀림없다. 투어 인원만 해도 거의 30명에 달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는 매우 능숙하게 우리를 이끌었다. 바티칸을 투어 하면서 또 다른 한국인 단체 여행객을 만났는데, 대부분의 경우 가이드가 인솔하는 투어 인원은 10명 내외인 경우가 많았다. 수적으로만 봐도, 우리 팀의 인솔자는 능력 있는 명 가이드임이 분명하다.

 

바티칸 박물관은 총 54개의 미술관과 1400여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규모만으로도 세계 최대의 박물관으로 꼽힌다. 입장할 때의 주의사항도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남성은 반바지를 착용하지 않도록 하고, 여성은 무릎 위로 올라오는 미니스커드를 입을 수 없다고 공지되어 있다. 이러한 복장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입장이 불허될 수 있다. 여행객들에게는 편한 복장이 될 수도 있지만, 바티칸에서는 경건한 마음과 자세를 요구하는 엄격한 규칙이 반영된 부분인 듯하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3대 천재 미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작품을 실제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었지만, 더 흥미로운 점은 가이드가 이들 3대 거장에 대한 배경과 성격을 설명해 주었던 부분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은 단순히 작품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인물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함께 나누어 주었다. 그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어느 나라이든 역사 속에 종교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종교는 때로 권위와 통치의 수단으로 발전해 왔을지도 모른다는 가이드의 설명은 나의 막연한 생각이 사실이라는 이론을 마주하게 해 주었다.

 

종교와 정치의 깊이를 논하는 것은 각기 다른 이념과 사상이 얽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디테일한 개인적인 의견은 여기서 접기로 한다. 이러한 주제들은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그로 인해 논의가 무한히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 가진 생각을 존중하며, 여행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성모의 비탄과 슬픔을 조각으로 표현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가이드는 우리가 도착한 이곳이 교황님이 결재를 서명하는 방이라고 설명하며, 박물관 입장 티켓을 들고 인증 사진을 남기라고 했다. 이 특별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마치 교황님과의 가벼운 인연을 느끼는 순간처럼, 여행의 추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바티칸을 투어 하며 이렇게 방대한 작품들이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전까지는 TV에서 성 베드로 광장 앞에 모인 신도들이 교황님을 환호하는 모습만을 보아왔기에, 광장이 가장 인상 깊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역사의 기록물과 예술의 정수가 남아 있는 장소였다. 종교를 초월해 여행자라면 누구나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TV에서나 보았던 성 베드로 광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끔 교황님이 창문을 통해 미사를 집전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장면이 어렴풋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가운데, 지금 이곳에 서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문득, 교황님이 이곳에 머물러 계신다면 창문을 열고 나와 손이라도 한 번 흔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저 생각만으로도 설렘과 감격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성베드로 성당 투어를 끝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늘 박물관 투어에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가이드는 박물관 투어까지만 진행하고 나머지 성베드로 성당과 광장은 개인 자유투어로 대처했다.

 

성 베드로 성당 투어를 끝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늘은 대부분의 시간을 바티칸 박물관 투어에 할애했다. 가이드는 박물관 투어까지만 함께 진행한 후, 성 베드로 성당과 광장은 개인 자유투어로 맡겼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성당과 광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종교적 관념 역시 개인의 신념과 배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성 베드로 성당 하나만을 두고 그 느낌을 이야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웅장함과 경배스러움이라는 간결한 표현이 모든 것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이는 어쩌면 가톨릭 신자들에게 더 깊이 와닿는 표현일 수도 있다. 바티칸 투어를 하며 성 베드로 성당을 단순히 종교적 성지로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이곳이 지닌 문화적 가치와 인문학적 의미를 새롭게 느꼈다. 이곳은 단순한 신앙의 중심지를 넘어, 인류의 역사와 예술, 그리고 지혜가 녹아 있는 고대 역사의 보고(寶庫)이자 탐구의 장이었다.

 

아내는 독실한 카토릭신자이다. 아내는 성 베드로 대성당 내에 있는 성물 방에서 몇몇 카토릭 신자인 지인들에게 선물할 묵주를 골랐다. 종교적인 의미가 담긴 이 작은 물건들은 받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성물 방에서 묵주를 고르는 아내의 모습은 정성스럽고도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는 단순히 기념품을 고르는 것을 넘어, 마음을 담아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달할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하루 동안의 바티칸 투어를 마치고 성 베드로 광장을 뒤로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의 로마 일정은 24일로 마무리되지만, 단 하루만 더 머문다면 교황님이 집전하는 크리스마스 전야 미사를 직접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 특별한 순간을 눈앞에서 놓치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바티칸 정문을 완전히 빠져나올 때쯤, 짧은 겨울 낮은 이미 끝나고 로마의 거리는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며 도시의 야경이 고요하게 펼쳐졌고, 하루를 꽉 채운 여정이 마무리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12월 22일 수요일- 여행 10

 

 이탈리아의 밤, 노을과 오페라의 여운

 

오늘 12시에 예정된 해외 축구팀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여행 일정을 미루고 호텔에 남았다. 이번 경기는 아들의 회사와 감독이 특별한 관계가 있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응원하는 팀이 골을 넣으며 기쁨을 느꼈지만, 상대팀의 공격으로 동점골을 허용하고 결국 패배로 끝났다.

 

경기 결과는 아쉬웠지만, 투어 일정을 미뤄가며 가족 모두가 함께 응원한 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지나친 축구 팬은 아니었지만, 아들과 연관된 중요한 경기였기에 더욱 특별했다. 결과와 상관없이 설렘과 긴장감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경기가 끝난 후, 점심은 중국 음식으로 하기로 했던 계획대로 움직였다. 경기 결과가 만족스러웠다면 식사가 더 즐거웠겠지만,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아 음식 맛을 온전히 즐기기엔 쉽지 않았다. 특히 이번 경기는 우리 가족에게 특별했던 만큼,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씁쓸함이 앞섰다.

 

중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친 후,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로마의 야경을 보기 위해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어두워지는 로마의 거리를 걸으며, 경기에서 느꼈던 긴장과 아쉬움을 조금씩 내려놓고, 여행의 또 다른 감동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로마의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은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한 장소다. 스페인 광장이라는 이름은 광장 옆에 있는 주 교황청 스페인 대사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다.

노을을 감상한 후, 명품거리인 콘도티 거리(Via Condotti)로 향했다. 금요일 주말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들로 붐비며, 마치 명동처럼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내를 둘러보며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예매 정보 없이 오페라 극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표는 전석 매진되어 이번 여행 일정에서는 오페라 공연을 관람할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오페라 극장 앞에서 인증 사진이라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었다. 사실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전혀 없지만, 음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려고 했던 아들의 의도가 담긴 일정이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오늘도 이탈리아의 밤은 묻지 않고 저물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