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동안 여행하면서 여행지에서 그 나라의 전통음식만 집중해서 먹었다. 며칠이 지나고 본능적인 먹거리를 구걸하듯 한식이 그리워지는 순간을 목격했다.어떤 음식이기보다는 일단,얼큰한 무엇인가의 음식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행은 눈으로 풍경을 담는 일과, 여행지 음식을 찾아 맛을 즐기는 것이 여행의 주된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외국 음식만을 매식 고집하는 것도 어느 정도 시간차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얼큰한 것을 그리운 순간이다. 일종에 숙취를 위해 찾는 해장국 같은 그런 유형의 맛이 그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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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여행 5일째 되던 날, 라면을 먹을 수가 있었다. 호텔이라는 숙박의 형태에서 벗어나 그날은 에어 비앤비를 이용해서 하루만이라도 민박을 하기로 했다. 어렵게 아시아 마트를 찾아냈지만 우리가 원하는 부식을 살 수 없었다. 그나마 라면이라도 살 수가 있어 다행한 일이었다. 라면 하나의 가격은 1.5유로이다. 한국돈으로 2천 원이 넘는 가격이다. 한국 슈퍼에서 1000원가량이면 살 수 있는 가격임을 감안할 때 가격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해외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고, 사실상, 가격의 차이는 의미가 없었다.
라면은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성비 최고 수준이다. 오랜만에 라면을 먹으면서 라면의 맛에 소원성취를 이룬 셈이다. 라면의 면도 면이지만, 라면 국물의 맛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라면만이 가지고 있는 맛의 가치가 있다. 국물을 먹는 순간, 속이 확 트이는 느낌이다.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했다. 밥을 먹어야 힘이 생겨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라면은 일종의 값싼 간식이었다. 소위 밀가루 음식 전부는 간식에 포함되었다. 라면 하나로 한 끼를 때우려고 하면 그것 먹고 힘이나 쓸 수 있겠느냐고 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떠오른다. 밥이 아닌 것은 간식이라는 지나친 음식의 편견일 수도 있다. 밥을 먹어야만 생존 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이 과거의 시대에는 존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라면은 사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대중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어쩌면 라면은 과학일지도 모른다. 맛의 과학, 쉽고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는 조리의 과학, 그것이 라면의 최대의 장점일지 모른다. 장점 외에도 사람들의 각 기호에 맞게 조리 방법을 자기만의 특색을 가미해 맛을 즐겨 갈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라면의 용도는 특별했다. 밥이 모자랄 때 라면이 밥의 기능을 보충해 주었다. 라면의 이름도 다양하다. 해물을 추가하면 해물라면, 떡을 추가하면 떡라면, 계란을 추가하면 계란라면, 어떤 것이든 각자의 취향에 따라 라면에 추가하면 라면 앞에 또 다른 이름이 붙었다.
가끔은 나만의 라면의 맛을 연출한때가 있다. 파스타가 생각이 날 땐 라면에 우유를 넣고 끓이면 또 다른 라면 파스타의 맛을 맛볼 수 있다. 일명 파스타 라면이라 이름을 붙여 주었다.
라면의 특징은 김치나 단무지와 함께 화합을 이루어 갔다. 일본 라면을 라멘이라 불렀다. 일본 라멘 전문점에 가본 적이 있다. 라멘만 달랑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 전부이다. 무엇인가 밑반찬 하나쯤은 올라와 주어야 하는데 중요한 무언인가 빠져있다.
한국 라면에는 밑반찬에 김치가 항상 라면을 호위했다. 김치의 힘이 아직까지 꾸준히 라면의 맛을 지켜왔는지 모른다. 라면은 물가 오름의 지표가 되기도 했다. 라면값이 오르면 다른 물가의 오름도 영향을 주었다.
올해 라면에게 소망을 전해 본다. 우리 곁에 항상 우정의 맛으로 머물러 있기를 맛 위에 소망을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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