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방문 기록이다
전통시장에 가면 볼거리부터 시작하여 먹거리까지 넘쳐난다. 그곳에는 사람내음과 풍요로움까지도 파는 곳이기도 하다. 모란장은 매월 4, 9, 14, 19, 24, 29일 6차례 장이 열린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모란시장이 있다. 대중교통과 승용차 이용을 고민하다가 승용차를 가지고 나왔다. 예상과 달리 붐벼 나는 차량에 주차장은 과포화상태이다. 주변 주차장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 차를 주차시켜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갑자기 날씨가 여름을 방불케 한다. 다행히 집에 나올 때는 반팔차림의 복장을 하고 나섰다. 버스 안은 순식간 찜통으로 변했다. 덥다는 승객의 호소에 기사는 미처 에어컨 벨트를 연결하지 못해 에어컨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라 창문을 활짝 열어 시원한 바람으로 대신할 것을 당부했다.
모란시장을 보기 위해 오늘 하루 두 번의 도전이다. 시장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다. 발 디딜 틈도 없다는 말이 제일 정확한 현장 표현이다. 시장이 열리는 맞은편에는 몇 년 전만 해도 식용개를 팔던 곳이다. 개고기와 보신탕을 팔던 상가 대부분이 흑염소와 관련된 상가로 탈바꿈해 있었다.
전통시장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각설이 공연이다. 공연장 천막 안에는 무더운 열기가 가세하여 오랜 시간 공연 관람이 쉽지 않았다. 관람을 포기하고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거리가 있는 천막촌으로 향했다. 먹거리가 밀집된 관광지나 시장에는 어딜 가나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 있었다. 오일장이 열리는 이곳에도 소문난 맛집이 있었다. 호떡집과 파전을 파는 집이 맛집이다. 맛집 앞에는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줄을 서기에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기다림을 포기하는 주변에 있는 식당을 찾았지만 식당마다 빈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먹을만한 메뉴와는 상관없이 우선 자리가 있는 식당을 찾았다. 파전 한 접시와 산 낙지를 시켰다. 덤으로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한국은 애주가의 천국이다. 장소시간 불문하고 술을 마실 수 있어 좋다.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지금 이 분위기가 있는 곳부터 가보고 싶었었다. 다행히 목적 달성을 했다.
아내는 우뭇가사리라는 음식을 별도로 주문했다.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음식이름인데 아내는 한국에 오면 꼭 한 번 먹고 싶었던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아내는 미리 수수북구미도 하나 주문포장 요청을 했다. 주문한 두 가지 음식이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음식이다. 주문된 음식이 나왔다. 음식 이름은 생소하지만 예전에 같이 동행했던 지인이 먹었던 음식인 듯하다.
음식을 파는 곳은 대부분 간이 조립식 천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리기구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 때문에 식당 내부는 쾌적함을 잃었다. 잊혀갔던 낭만, 그윽한 삶의 현장이 묻어있는 시골장터라고 늘 기억 속에 내려놓지 못했던 마음을 뒤로하고 환상이 깨져가는 순간이다. 정겨워야 할 이곳이 왠지 옛날처럼 솔직히 정겹지 않았다. 아마도 오랜 해외생활로 인해 취향이 바뀌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장은 무엇이든 풍요롭고 충만했다. 길거리 상인이 청포도를 가지고 나왔다. 바구니에 가득 담긴 것을 보기만 해도 풍요로워 보인다. 우리의 삶도 시장의 풍경처럼 넉넉하고 풍요롭다면 좋지 않았을까.
삶은 시장이다. 시장에 가면 삶이 있다. 어디든 우리의 삶이 있지만, 기대설 만큼 마음마저 풍요로운 것을 찾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동안 카드 하나 달랑 지갑 속에 놓고 다녀도 불편함을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면 지갑이 두툼해져 불편했다. 시장에는 다른 장소와는 달리 카드의 존재감은 없고 현금만이 존재감을 나타냈다. 시장 안 어딜 가도 현금 없이는 아무것도 살수도 먹을 수도 없었다. 물론 돈이 없는 고객을 위해 현금 이체정도 주인의 배례는 묻어 있었다.
전통시장은 어쩌면 세상의 변화를 십 년 이상 일부로 더디게 쫓아오고 있는 유일한 곳인지도 모른다. 장인들이 만들어낸 상품도 있고, 갓 밭에서 수확해 온 작물부터 시작하여 어렸을 때 보았던 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시장에는 없는 것 없이 풍요롭다는 표현처럼 우리 세상에도 시장처럼 풍요로운 삶에 장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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