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몰랐던 것들

그땐 몰랐던 것들

잡풀을 뽑으며, 나를 되돌아보다,화분 속 생명력을 통해 돌아본 나의 삶

오늘, 따뜻한 봄 햇살이 스며드는 베란다에 섰다. 늘 그렇듯 화분에 물을 주려 다가섰고, 습관처럼 화분에 피어날 꽃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화분에는 꽃망울이 보이지 않았고, 대신 화분을 둘러싼 낯선 풀잎들이 자라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두 잡풀이었다.

잠시 멈칫하다가, 나는 천천히 잡풀을 하나씩 뜯어내기 시작했다. 혹시 잡풀이 영양분을 빼앗아 더 이상 꽃을 피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작고 연약해 보였던 잡초들은 의외로 뿌리가 깊었다. 손에 힘을 주어도 쉽게 빠지지 않았고, 때로는 뿌리끼리 얽히기도 했으며 잘려져 나오기도 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나는 과연 얼마나 강인하게 살아왔을까?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때론 놓치며 살았을까? 잡풀은 내가 돌보지 않아도 자란다. 오히려 내가 눈을 돌린 사이 더 빨리,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삶의 어떤 순간들, 미뤄왔던 일들, 무심히 지나친 감정들이 그렇게 내 안에서 자라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미처 알아내지 못한 주변의 감정처럼, 오늘날 예고 없이 화분을 가득 메운 것은 아닐까?

화분을 차지한 잡풀이 내가 바라던 꽃은 아니었던 것처럼, 내 삶 속에도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것들이 어느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돌보지 않은 사이, 조용히, 그러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오늘 화분을 가득 메운 잡풀처럼, 내 안에도 미뤄둔 감정들, 정리되지 않은 관계, 놓아야 할 집착들이 자라나 있었다. 그것들은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일상과 마음을 온통 채우고 말았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삶은 잡풀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들은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었고, 언제부터인가 그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쳤던 순간들이, 이제는 내가 뽑아내야 할 잡풀처럼 다가왔다.

사람과의 관계도 떠올랐다. 잡풀이 뿌리를 서로 엉키듯, 사람 사이의 감정도 복잡하게 얽히고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때때로 무심했고, 때로는 마음의 각을 세워 상처를 주었다. 미워서가 아니라 여유가 없어서, 혹은 나조차도 지쳐 있었기에.

그렇게 한 뿌리 한 뿌리 잡풀을 뽑으며, 나는 마음속의 "잡풀"도 정리하고 싶어졌다. 불안, 후회, 지나간 감정의 찌꺼기들. 오랫동안 쌓아두기만 했던 생각과 감정들. 그 속에서 나는 더 이상 숨 쉴 수 없었다.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비워야 한다. 그래야 내 마음에 깊숙히 햇살이 스며들고, 다시 꽃이 자랄 수 있는 후회 없는 희망의 꽃이 필 것이다.

화분이 말끔해졌다. 그 안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피지 않았지만, 비워진 공간에는 꽃을 피울 준비가 된 여유가 생겼다. 삶도 다르지 않다. 지나간 것을 붙잡고 있으면 새로운 것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놓아야 다시 잡을 수 있다.

나는 오늘, 내 삶의 화분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잡풀이 무성해질 만큼 나는 한동안 나를 돌보지 않았다는 걸. 이제라도 내가 나를 돌아보며, 소중한 것들을 다시 심기로 했다. 그 작은 결심 하나가, 내일의 나를 조금 다르게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지금 이 순간도, 나에게 다가오는 관계와 기회, 그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이제는, 놓치지 않겠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분명히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