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바넷 마린 파크 (BARNET MARINE PARK)에서 김밥과 컵라면, 소풍 같은 하루를 보내고 왔다

캐나다 밴쿠버 바넷 마린 파크 (BARNET MARINE PARK)에서 김밥과 컵라면, 소풍 같은 하루를 보내고 왔다

캐나다 바넷 마린 파크 (BARNET MARINE PARK)

캐나다의 노인들은 마음만큼은 여전히 청춘이다.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작은 보트를 가져와 꼼꼼히 점검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젊은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공원 입구에는 기찻길이 있다. 이른 아침, 기적 소리를 울리며 기차가 서서히 다가오면 차단기가 내려가고 차량과 보행자들은 잠시 멈춰 선다. 캐나다에서는 건널목에서 기차를 만나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대개 화물 열차가 지나가는데, 오늘은 무려 200량은 족히 되어 보였다. 기차가 모두 지나갈 때까지 15분쯤 멈춰 서 있었던 것 같다. 묵묵히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이 시간마저도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캐나다의 일상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차의 끝자락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우리는 인내의 시간을 뒤로한 채 공원 입구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평일 오전의 공원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이곳은 호수가 아닌 바다를 품고 있어, 휴일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기 있는 명소다.

바다가 정면으로 펼쳐지는 한적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잠시 숨을 돌렸다.

오늘 아침에 아내가 일어나기 전에 김밥을 쌌다.예전 같으면 라면에 김치이지만,오늘은 김밥과 컵라면 후식으로 커피맥스를 준비해 갔다.

코펠에 물을 끓여 컵라면에 붓고, 김밥을 곁들여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바닷바람 맞으며 먹는 김밥과 라면, 그 맛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 것이다.

식사를 마친 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따라 바다 옆 산책로를 걸었다. 바람도, 풍경도 모두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이곳은 ‘게잡 테크(Crab Trap Dock)’라 불리는 장소로, 몇몇 사람들이 게망을 내려 바닷게를 잡고 있었다. 기다림 속에서도 설레는 표정들이 인상적이었고, 가족 단위로 온 이들이 함께 웃으며 채비를 돕는 모습이 정겨웠다.

아빠는 게망으로 걷어 올린 게를 손에 들고, 딸에게 조심스럽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이건 아직 작아서 보내줘야 해,” 말하며 바다로 살며시 돌려보내는 모습에, 생명에 대한 배려와 자연을 대하는 존중이 느껴졌다.

가족 단위의 낚시꾼들이 테크 위아래를 오가며 조용히 집중하고 있다.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파도 소리와 어울려, 고요한 자연 속 사냥의 열기가 은은하게 번진다.

모래사장에서 아빠와 아들이 함께 모래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작은 손으로 모래를 쌓고, 다시 부수며 웃음꽃을 피운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애들이 어릴 적 함께 했던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직 4월의 봄인데도, 백사장에는 마치 여름을 맞이한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람들은 모래 위에 자리를 잡고, 해가 비추는 곳마다 여유로운 기분을 만끽하며 햇볕을 쬐고 있다. 바람은 따뜻하고, 바다는 푸르고 맑아 여름의 예고편처럼 다가온다. 아이들은 모래사장에서 뛰어놀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은 미소를 지으며 잠시 평온한 시간을 보낸다. 마치 여름의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순간은,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아름다움이다.

물놀이는 어린아이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나이 든 사람들도 물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물놀이는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대형 화물선이 소리 없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근처에는 부두가 있어, 거대한 배들이 항구를 오가는 모습이 일상처럼 보인다. 선박들은 큰 소음 없이 물살을 가늠도 없이 천천히 항로를 따라 나아간다. 이 풍경은 여유롭고 평화로우며, 바다와 함께하는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한 장면이다.

옛날 나무 교각 위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피어있다. 자연스럽게 자란 들풀처럼 보이는 이 꽃들은 그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잡고 피어난 듯하다. 교각의 낡은 나무와 어우러져,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꽃들이 조용히 자연의 일부로 자생하고 있다.

공원에는 다양한 들꽃들이 피어있다. 꽃말은 알지 못해 핸드폰으로 꽃을 검색해봤더니, 데이지를 비롯한 여러 꽃들의 이름이 나왔다. 그 중에서 가장 유사한 데이지 꽃일 것 같다. 하얀 꽃잎과 노란 중심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데이지는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피어, 주변 풍경과도 잘 어울린다.

어느 반려견 한 마리가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을 한다. 공을 던져준 것도 아닌데, 마치 익숙한 듯 바닷속으로 첨벙 들어간다. 아직은 봄바람이 차가운 날씨인데도, 물을 무척 좋아하는 성격인가 보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장면이다.

단체에서 보트를 타고 진행하는 행사인 듯하다. 노를 맞춰 젓는 모습에서 협동심을 기르는 교육적 취지도 엿보이고, 보트 위로는 이름이 적힌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분위기를 더한다.

아내가 앞에 있는 광경을 보더니 “개판이네” 하고 웃는다. 듣고 있던 나도 한바탕 웃었다. 생각해보면, 강아지들이 떼 지어 노는 모습이니 말 그대로 ‘개판’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이들의 모래놀이 모습은 참 닮았다. 삽으로 모래를 퍼 나르고, 작은 손으로 성을 쌓으며 집중하는 표정이 어디나 같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모래 위에 그려내는 상상의 세계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공통의 추억 같다.

모래사장 위에 누운 채 그대로 보존된 죽은 나무들은 캐나다 백사장의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바닷바람에 밀려와 정착한 듯한 그 나무 옆엔, 생명의 기운을 머금은 잡초가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다.
죽은 것과 살아 있는 것이 나란히 놓인 이 모습은,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이 나무는 조형물인지, 혹은 어떤 목적이 있는 구조물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위에 앉은 갈매기가 마치 바다를 지배하는 왕처럼 당당한 자태를 뽐낸다.
고요한 수면 위에 펼쳐진 그 모습은 자연과 생명, 그리고 자유로움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바닷가와 산책로의 경계선을 따라 천천히 걸어 다시 공원 입구 쪽으로 향한다. 나무 두 그루 사이에 놓인 벤치는 참 이색적이다. 예전에도 이 나무들을 배경 삼아 그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조용한 풍경 속에서 과거의 한 장면이 다시 펼쳐지는 듯하다.

오늘, 바다와 공원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고 휴식을 달랬다. 찰랑이는 파도 소리, 잔잔한 바람, 그리고 고요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마음 한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왜 사람들은 자연을 찾고, 바다를 그리워할까. 어쩌면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자연이기 때문 아닐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고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