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날 남편이 만든 사랑의 레시피
"온 동네 떠나갈 듯 울어 젖히는 소리 내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던 바로 그날이란다" 가람과 뫼의 생일이라는 노래처럼 바로 오늘 12월 30일이 아내의 생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주방으로 향했다. 제일 먼저 미역국을 준비했다. 미역을 10분 동안 물에 담가 놓았다가 소금물에 깨끗이 닦아낸 후 굴을 집어넣고 굴 미역국을 만들어 놓았다. 사실, 미역국 조리는 간단하지만, 좀 더 맛깔난 미역국을 얻어 내기 위해 유튜브의 힘을 빌렸다.
물에 담가 놓았던 미역이 물을 머금고 뻥튀기처럼 불어났다. 그 많은 미역을 냄비에 끓일 수도 없고 난감했다. 그렇다고 남은 미역을 버릴 수도 없다. 고심 끝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몇 주 전 아내가 식탁에 올려놓았던 미역무침이다. 실수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한 가지로 두 개의 반찬을 얻게 되었다.
미역무침 또한 유튜브의 힘을 빌렸다. 미역을 오분가량 끓여 찬물에 씻어내었다. 건져낸 미역이 푹 퍼진 죽 모양을 하고 있다. 순간 뭔가 잘못된 과정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유튜브 영상을 다시 보았다. 끓이는 물에 살짝 데쳐 꺼내어 찬물에 씻어주어야 하는 과정을 잘못 인지하고 계속 끓여 버린 것이 원인이 되었다. 잠깐의 실수로 음식하나가 다시 줄어들었다.
사실. 아침에 일어나 주방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다만 미역국을 기본으로 끓여놓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로 몇 가지 음식만을 준비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김치를 볶아 김치볶음 반찬을 하나 더 추가했다. 다음은 당근과 양파를 짤게 썰어 계란 3개를 깨어 섞어 풀고, 김과 모차렐라치즈를 사용하여 나만의 독특한 계란치즈 부침이라는 들어본 적도 맛본 적도 없는 또 하나의 음식을 추가했다. 이 두 가지만으로는 사실, 반찬이 부족한 듯하여 김을 들기름에 재어 구워냈다.
사실, 아침 식사라 냉장고 속에 있는 밑반찬은 출격시키지 않기로 했다. 어디까지나 남편의 성의를 보여 주자는데 주된 목적을 두었기 때문에 아침에 만든 음식만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생일 상차림의 비주얼얼이 사실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일단 미역국만 제대로 맛을 내면 다른 음식은 면죄부가 될법하다.
세 가지 음식을 준비하는데 1시간 반이 소모하였다. 음식이 다 준비될 때쯤 아내가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왔다.
아내와 둘이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아내는 먼저 미역국으로 숟가락이 향했다. 형식적인 인사말일지는 모르지만 잘 끓였다고 맛의 만족도를 표현했다. 내가 맛을 보아도 형식적인 인사말 같지는 않았다. 다른 음식의 맛은 사실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생일 음식의 꽃은 미역국이고,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는 사람이 제일 사랑받고 고마워할 사람이 된다.
작은 아들과 며느리가 오후 2시쯤 집으로 왔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순간, 서운한 감정이 침묵한다. 짧은 시간 동안 맨손이라는 이유를 가지고 수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잠시 후 아들은 며느리와 나갔다 오겠다고 하고 외출을 했다. 거의 4시가 다된 시간 케이크를 들고 나타났다.
오늘 저녁은 아들이 음식을 주문해 오기로 아내와 사전 약속이 되어 있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아들이 물어왔다. 캐나다에는 집에서 특별히 주문하여 먹을 음식 종류가 그리 많이 있지는 않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신속정확 주문배달치 고는 중화요리만큼 좋은 음식이 없다. 또 하나의 장점은 종류수가 많다는 것이다. 깡풍기와 쟁반짜장. 짬뽕을 시켜 먹기로 모두가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주문했다.
식사가 끝나고, 아들은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집안에 불을 끄고 생일 축하 노래를 합송 하였다. 언제부턴가 촛불 숫자는 정체성을 잃은 듯 촛불 두 개만 꽂혀있다. 두 개의 의미는 불을 밝히는 이유일 뿐이었다. 나이숫자만큼의 상징적 촛불 개수는 옛날 반딧불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지 오래되었다.
사실, 아내의 생일은 크리스마스 5일 전이라 생일 선물은 크리스마스선물로 같이 퉁칠 때가 많았다. 며칠간격으로 두 번 되풀이되는 선물이 번거로울 수 있어 크리스마스선물을 좀 더 값진 것으로 준비했다. 아내는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들로부터 옷을 선물 받았다. 올해도 내심 아내는 생일 선물을 기대하지 않은 듯하다. 아들은 갑자기 선물 증정식이 있겠다고 한다.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직감적으로 목걸이나 팔찌가 상자 안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느낌은 빗나가지 않았다. 느낌대로 예상했던 느낌처럼 상자 안에서 팔지가 나왔다.
남편의 선물은 오늘 아침 미역국 생일상으로 대신했다. 예전에는 금은보석도 상당수 생일선물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합의 아닌 합의로 평상시 잘 챙겨주는 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선물과 같은 존재감으로 변해갔다.
잠시 후, 한국에 있는 큰아들로부터 영상전화가 걸려왔다. 생일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며느리와 함께 영상에 담아왔다. 12월 초 아들이 캐나다 집에 방문했을 때 미리 생일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로 현금으로 거금을 주고 갔다.
한국보다 하루가 늦은 캐나다는 이제 한해를 이틀을 남겨 놓고 있다. 아내의 생일은 한 해를 보내는 상징적인 연말 모임과 함께 병행하여 생일 행사가 이루어진다. 아내는 생일 때마다 단 하루차이로 한 살을 더 먹는 억울함이 있지만, 한국에서도 생일이 지나야 온전한 한 살로 인정해 주는 실질적인 나이를 인정하는 법이 오래전에 통과되어 요즘은 손해 본 느낌 없이 생일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