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 벨카라 공원 내 전용부두 (Belcarra Regional Park)에서의 게 낚시는 또 다른 낚시의 매력이 있다

🦀 밴쿠버에 벨카라 공원 내 전용부두 (Belcarra Regional Park)에서의 게 낚시는 또 다른 낚시의 매력이 있다

하루전날 게낚시를 가기 위해 짐을 쌌다

크루즈 여행 마치고 집에 방문한 처형부부와 함께한 캐나다의 자연 체험

■던지니스 크랩: 165mm 이상, 수컷만 채취
■Red Rock Crab: 115mm 이상
암컷은 방생
■1인당 하루 포획량 제한 있음

🌿 자연과 함께한 하루, 마음이 가벼워지다

게망 하나를 통해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 하루였다. ‘잡는다’는 것은 ‘가진다’가 아니라, ‘살핀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가족, 낯선 이, 낚시 규정, 그리고 바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벨카라에서의 하루는, 여행이라기보다는 ‘삶 속의 쉼표’에 더 가까웠다.

☀ 날씨 좋은 날, 바다로 향하다

오랜만에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처형 부부가 우리 집에 들렀다. 같은 캐나다에 살고 있지만, 집과 집이 비행기로 두세 시간이나 떨어져 있다 보니 이런 만남이 귀하다. 오랜만의 방문, 그리고 마침 좋은 날씨. “게나 잡으러 가자”는 말에 모두의 표정이 환해졌다.

다음 날, 우리는 벨카라 리저널 파크로 향했다. 밴쿠버 인근 포트무디에 위치한 이곳은 조용한 숲과 바다, 산책로, 피크닉 테이블이 잘 정비된 시민들의 쉼터다. 그곳 부두에는 게를 잡기 위한 ‘테크’라는 구조물도 마련돼 있다.

게망, 로프, 미끼, 집게, 쿨러 등 필요한 장비를 하나하나 챙겼다. 낚시 라이선스도 잊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모든 것이 철저하게 규정에 맞춰 운영된다.

🦀 게망을 던지고, 자연을 배우다

게망을 바다에 던지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첫 수확이 있었다. 여러 마리의 크랩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대부분은 규정 크기에 미치지 못해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

이곳에서는 게 종류마다 포획 가능 기준이 명확하다. 예를 들어:
던지니스 크랩: 껍질 폭이 165mm 이상
붉은 바위 게(Red Rock Crab): 115mm 이상 또한 암컷은 무조건 방생해야 한다.

우리는 게를 잡으면서도 게마다 자를 대어 크기를 확인하고, 암컷은 즉시 놓아주었다. “먹으려면 제대로 된 걸 잡자”는 말도 자연스레 나왔다. 규칙은 불편이 아니라, 공존의 방식이었다.

📸 방글라데시 이민자 부부와 함께한 사진 한 장

게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 테크에 있던 방글라데시인 부부가 다가왔다. 낚시법을 물어보더니, 게를 보며 웃는다. 우리와 다르지 않게 이들도 낚시의 기쁨을 즐기고 있었다. 게망 하나로 시작된 대화는, 이민자들이 낯선 땅에서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연결고리였다.

🍜 라면 한 그릇에 담긴 하루의 기억

게망을 여러 차례 던졌다 올렸다. 정해진 수량만큼 게를 잡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 벨카라 공원 내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라면을 끓였다. 오늘의 주인공인 게도 한 마리 퐁당.

바닷바람 맞으며, 커피 한 잔까지 마시는 이 시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평화였다. 생명도 자연도 사람도, 그렇게 하루 속에서 조금씩 가까워졌다.

📌 [INFO BOX] 벨카라 리저널 파크 & 게잡이 정보

📍 위치: Belcarra Regional Park, Port Moody, BC
🅿 주차: 무료 (공원 입구, 부두 근처에 넓은 주차장)
🎣 게잡이 허가증 (Tidal Fishing Licence)
16세 이상은 반드시 구입 필요
BC Government 사이트에서 발급 가능

🦀 게 포획 규정

■던지니스 크랩: 165mm 이상, 수컷만 채취
■Red Rock Crab: 115mm 이상
암컷은 방생
■1인당 하루 포획량 제한 있음

🌿 자연과 함께한 하루, 마음이 가벼워지다

게망 하나를 통해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배운 하루였다. ‘잡는다’는 것은 ‘가진다’가 아니라, ‘살핀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가족, 낯선 이, 낚시 규정, 그리고 바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벨카라에서의 하루는, 여행이라기보다는 ‘삶 속의 쉼표’에 더 가까웠다.

《본문》

같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처형 부부가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우리 집에 들렀다. 오랜만의 방문이다. 같은 나라에 있지만 비행기로 두세 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에 살아 자주 만나는 건 쉽지 않다. 마침 날씨도 좋아, 다음 날 함께 게잡이를 가기로 했다.

전날 우리는 게망 낚시에 필요한 도구를 점검하고, 야외에서 라면을 끓이기 위한 버너와 코펠도 미리 챙겨 두었다. 낚시에 필요한 라이선스도 온라인으로 신청했다. 캐나다에서는 낚시를 하려면 반드시 낚시 면허가 필요하다. 바다낚시(Saltwater)와 민물낚시(Freshwater) 두 종류가 있는데, 의외로 게잡이는 ‘민물낚시’에 해당된다. 이번에 신청한 것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민물낚시용 라이선스로, 약 40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다음 날, 게잡이 명소로 잘 알려진 벨카라 리저널 파크의 전용 부두에 도착했다. 이곳은 던지니스 크랩과 레드 록 크랩을 잡기에 적합한 장소로 유명하다. 우리는 일부러 한산한 평일, 금요일을 선택했다.

벨카라는 낯선 곳이 아니다. 예전에는 자주 찾던 곳이지만 이번 방문은 2년 만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이곳은 여전히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달라진 것은 계절의 감각뿐이다.

게잡이뿐 아니라 이 공원에서는 피크닉, 바비큐, 하이킹, 카약, 카누, 스쿠버다이빙, 조류 관찰 등 다양한 야외 활동도 즐길 수 있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는 하루를 넉넉히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공원 안에는 야외 학습을 나온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정해진 프로그램이 있는 체육행사보다는 자유롭게 뛰놀며 자연을 체험하는 분위기였다. 벨카라 공원은 평일임에도 작은 축제처럼 활기로 가득했다.

다행히 빈 피크닉 테이블이 남아 있어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정리한 뒤 곧바로 게망을 꺼냈다. 첫 작업은 미끼 고정. 미리 준비해온 닭다리를 케이블 타이로 게망 안에 단단히 묶었다. 기름기 많은 닭고기는 바닷속 게들의 후각을 자극하기에 좋은 유인재다.

게망을 들고 부두 끝 데크로 향했다. 다행히 한쪽 구석에 여유로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곳은 익숙한 장소다. 올 때마다 한두 마리쯤은 잡아가곤 했지만 대부분은 레드 록 크랩이었다.

던지니스 크랩은 간혹 잡히긴 하지만 크기나 조건이 맞는 것은 거의 '행운'에 가깝다. 먼바다까지 나가지 않는 한 부두 근처에서는 쉽지 않다.

게망을 던지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첫 번째 게망을 건져 올렸다. 운 좋게도 몇 마리의 던지니스 크랩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 규정에 미치지 못하는 크기였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다로 다시 돌려보냈다.

캐나다의 게잡이는 매우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던지니스 크랩은 최소 165mm, 레드 록 크랩은 최소 115mm 이상의 갑각 길이가 되어야 한다. 또한 암컷은 무조건 방류해야 하며, 성별 구분도 중요하다.

규정을 어기면 벌금이 부과될 수 있어 반드시 캘리퍼라는 측정 도구를 휴대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관리 요원의 눈을 피해 규정을 어기기도 한다.

이번엔 제법 커 보이는 던지니스 크랩 한 마리가 올라왔다. 얼핏 보기에 규정에 가까워 보였으나 캘리퍼로 재보니 아쉽게도 미달. 뒤집어 보니 암컷이었다.

던지니스 크랩의 규정 크기는 실제로 꽤 크다. 초보자들은 넘었다고 착각하기 쉬우며, 막상 재보면 간발의 차이로 미달인 경우가 많다. 바다로 다시 풀어주는 순간, 게는 조용히 물속으로 사라졌다.

게잡이를 나오면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인 주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나와 게를 잡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낚시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는 자연 체험학습 같았다.

한쪽에서는 방글라데시 가족이 게잡이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잡은 게를 바다에 돌려보내기 전, 가족 중 한 명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흔쾌히 허락하자 가족들은 돌아가며 게를 손에 들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들은 관광객이 아니라 이민 온 지 3년 된 밴쿠버 거주 가족이었다. 밝은 표정과 예의 바른 태도가 인상 깊었다.

문득 예전 한국에서 회사에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공장을 방문하면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이 많이 있었다.그들과 짧은 소통의 시간을 가지고
본사로 복귀하지만 그들과의 대화에 왠지 모를 여운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를 정서적 공감이 느껴졌다.

드디어 동서가 규격에 맞는 레드 록 크랩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던지니스는 아니었지만, 오늘의 목표였던 ‘라면용 게 한 마리’는 달성했다. 잠시 후 나도 한 마리를 더 걷어 올렸다. 총 수확은 두 마리.

캐나다에서는 1인당 두 개의 게망을 사용할 수 있다. 오늘은 나 혼자만 낚시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게망을 정리하고 피크닉 테이블로 향했다. 비록 대부분의 게는 방류했지만, 그 순간의 짜릿함은 큰 즐거움이었다. 특히 여러 마리가 함께 올라올 때의 장면은 언제나 짜릿하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장면도 있었다. 게망에 엉킨 게를 꺼내는 과정에서 다리 하나가 부러진 채 방류되었다. 작고 말 없는 생명이지만 더 조심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는 김밥과 떡볶이, 어제 남긴 피자, 수박을 준비해 와 간단한 피크닉을 즐겼다. 바닷가에서 먹는 한 끼는 평범한 메뉴조차 특별하게 느껴졌다.

음식을 나누는 동안, 오늘 하루가 조용히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게를 잡고, 햇살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함께한 이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게를 깨끗이 손질한 뒤, 라면에 넣고 끓였다. 살아 있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 한 켠이 무거웠다. 기대만큼 깊은 맛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우리는 음식보다 욕심이 입맛을 눌렀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한 마리는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문을 열자 꿈틀거리는 게의 움직임에 깜짝 놀랐다. 아내는 "더는 고통을 주지 말자"며 조용히 냉동실로 옮겼다.

게를 단지 '맛있는 것'으로만 여겨왔던 우리 모습이 떠올랐다. 너무 쉽게, 너무 무심히 다뤘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아내는 그런 내 마음을 읽은 듯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여린 마음으로 다음에도 게잡이 할 수 있겠어?”

게맛은 조금 아쉬웠지만, 오늘 하루는 자연과 부딪히고, 가족과 함께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게 한 뜻깊은 날이었다. 짧은 하루였지만, 마음속에는 오래 남을 이야기 하나가 조용히 자리 잡은 그런 날이었다.